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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근교를 달리는 자전거] <4> 김해 진영읍~한림면 30.5㎞

노무현 전 대통령 거닐던 길 달려 보니 탄성 저절로…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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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근교를 달리는 자전거] <4> 김해 진영읍~한림면 30.5㎞

	진영읍 본산리와 한림면 장방리를 잇는 화포천 습지길.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산책하던 길이다. 화포천은 다양한 습지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태자원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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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노을을 배경으로 화포천을 바라봤다. 늦여름의 더운 기운이 습지 구석구석에 김처럼 피어났다. 한낮의 폭양은 기세가 여전하다. 들 건너편으로 가을이 오는 것인지, 들판이 조금씩 누레진다. 근교를 달리는 자전거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달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거닐었던 길과 만난다. '대통령의 길'로 명명된 봉화산 산악 코스는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길이다. 생태습지 화포천을 따라갈 때 아무도 붙잡지 않았지만 한참을 길가에서 놀았다. 고추잠자리가 군무로 추임새를 넣었다. 소슬한 바람 부는 가을에 화포천 둑길을 다시 찾는다면 좋겠다.

지난해 12월 15일 자정. 진영읍 설창리 KTX진영역이 문을 열었다. 동시에 기존 진영역(진영읍 진영리 소재)은 105년의 세월과 함께 문을 닫았다. 진영 주민들이 새 역에 '노무현역'이라는 이름도 함께 쓰게 해 달라고 정부와 코레일 측에 요구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KTX와 새마을호, 경전선의 무궁화호, 화물열차가 이 역을 통과한다.

KTX진영역을 나와 설창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정자를 지나 농로를 타고 양지마을로 간다. 진영역 이전으로 폐기된 경전선 철길을 끊어서 가로지르는 길이 났다. 폐선 철로는 올해 초부터 철거 작업 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폐선에 도로가 들어서길 원한다.

죽은 철로 아래 농로를 따라가다 산자락이 끝나는 데서 봉하마을로 방향을 잡는다. 멀리 봉화산(141m)이 보인다. 전에는 자암산이라고 불렀다. 정상 사자바위에 봉화 흔적이 있다. 이곳 봉화는 김해 분산과 밀양 남산을 연결했다.

봉화산으로 가는 논길 주변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철 우리가 있다. '봉하오리쌀'을 만드는 오리를 키우는 곳이다. 오리는 논을 돌면서 해충을 잡고, 분비물로 벼의 생육을 돕는다. 봉하오리쌀은 봉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약수암 앞에서 봉하마을 쪽으로 간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면적 3천206㎡)이 길 건너편에 있다. 묘역 입구에 자전거를 세웠다. 대통령 추모 글이 새겨진 1만 5천 개의 박석을 밟고 헌화대까지 걸었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가로 2m, 세로 2.5m, 높이 40㎝의 자연석이 누워 있다. 지석 받침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이 적혀 있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다.

묘역에서 나와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으로 갔다. 추모의 집에는 노 전 대통령이 타고 다닌 전기 자전거가 있다. 페달을 밟거나 전기모터로 달리는 국산 제품인데, 노 전 대통령은 자전거에 수레를 매달고 손녀를 태우고 다녔다.

페달을 저어 대통령 사저 오른쪽에 있는 봉하소류지를 돌아 임도까지 올라간다. 멀리 호미 든 관음상이 보인다. 10분쯤 오르막을 오르자 관음상으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자전거를 지고 올랐다. 관음상은 약병과 호미를 들었다. 지난 1959년 4월 봉화산 정토원 선진규 법사와 불교학도 31명이 '불교가 민중을 깨치고 민족 생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봉안한 것이다. 확 트인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관음상 입구부터 대통령의 길이 시작된다. 노 전 대통령이 산책하던 길인데, 지난해 5월 서거 1주기를 맞아 개장됐다. 길은 얕은 오르막과 순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마사토 바닥이라 내리막에선 조금 신경이 쓰인다.

대통령의 길을 빠져나오면 경전선 굴다리를 지나 화포천 습지길에 닿는다.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신안리 대암산에서 발원해 곤법천, 진례천과 합류해 봉하마을, 한림면을 지나 낙동강으로 흐른다. 유역 면적 약 138㎢로 낙동강 제1지류이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뽑힐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화포천 습지길을 따라가다 영강사 갈대집에 들렀다. 화포천 갈대로 만든 집이다. 19세기 이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속학 연구에 귀중한 문화재이다.

이제 자전거는 한림면 소재지를 통과해 대곡천교~금곡교~장재교를 시계 방향으로 돈다. 푸른 들녘을 보며 달리는 무난한 코스다.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한림정역 뒷길을 지나 화포교와 퇴래교를 밟고 다시 화포천 둑길을 달린다. 시멘트 포장도로라 속도가 난다. 둑길이 끝날 무렵 화포천 데크 다리를 건넌다.

다시 경전선을 길을 따르다가 양지마을에서 효동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효동마을을 돌아 고개를 넘어 산자락을 끼고 돈다. 잠시 뒤 만나는 14번 국도를 타고 3분 정도 가면 진영역에 닿는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도움말=김진홍 자문위원(MTB랜드 대표)

이창형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봉화산 정토원 일대(대통령의 길) - 자전거 길로 언론에 소개